어린이집 자체휴원의 나날들

1월 31일 현재 확진자 11명
용인 인근에서 속속 확진 소식이 들릴 때마다 답답하지만 아이와 함께 집에 있는게 현명하단 생각이 든다.
더 이상 감염 없이 마무리가 되면 좋겠다.

마치 신생아 시절로 돌아간듯 꼭 붙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제 다섯 살이 된 아이는 모든 놀이를 자기 주도적으로 하길 바라고, 어떤 승부든 본인이 이기길 바란다.
하다못해 가위바위보도 엄마가 뭐를 내야 하는지 정해준다.
그 모습이 웃기고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하지만.. 계속 아이한테만 맞춰 주다보니 나의 자유의지와 내 시간에 대한 갈증이 커져간다.

어쩔 수 없이 오전 1시간, 오후 1시간 정도 영상 시청 시간을 갖는다.
이때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덕분에 나도 집안일을 맘껏 하고, 인터넷도 보고, 책도 보고, 카톡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막 놀이를 하다가도 아이가 혼자 잘 집중하는 것 같으면 슬쩍 주방 싱크대 뒤에 숨어 딴짓을 하곤 하는데..
발각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20분.

"아, 엄마가 안 놀아주니까 재미가 없다."
이러면서 한숨을 쉰다.
아주 엄마활용법을 제대로 아는 녀석이다.

육아는 아이템빨이라고 하지 않던가!
도저히 시간이 가지 않을 때, 아이도 지겨워 나가려고 할 때
마침 장난감 택배가 도착했다.
아마 엄마가 왜이리 장난감에 후해졌는지 엄청 의아하겠지.
나중엔 당연하게 여길까봐 조절은 하고 있지만 역시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시간을 이기는 놀이 몇가지만 소개해 보려고 한다.

1. 사자놀이
한창 육식 동물과 공룡에 빠져 있는데다, 종이를 맘껏 찢을 수 있어서 초반 집중도가 높다.

창작의 현장

 

답답한 속도 풀겸 신문지를 쫙쫙 찢어본다. 아이에게 좀더 굵게 찢어달라고 주문했더니 흥미가 사라졌다.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두는게 놀이 시간을 늘리는 방법인것 같다. 결국 엄마의 숙제가 되었다.

교원에서 나온 '자연이 소곤소곤'시리즈 사자편에 나오는 독후 활동을 따라한 거다. 생각보다 쉽게 흉내낼 수 있었다.

자연이 소곤소곤 <사자 가족 최고>

사자갈기 쓰고 신남

 

완성된 사자갈기를 씌워주니 처음엔 아주 신이 나서 돌아다녔다. 사자 흉내도 내보고, 엄마를 쫓기도 하고.
거추장스러운 장식이기 때문에 쉽게 질린다. 금방 벗겨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어떤 심정일지 알 것 같다. 아, 눈물겹게 고생하시는 분들 ㅠ
그래도 잠깐이나마 아이가 몰입했고, 귀여운 사진도 몇장 건졌으니 그런대로 만족이다.

 

2. 휴지심 던지기

나는 두루마리 휴지낭비벽이 심한 것 같다. 집에 휴지심이 자꾸 나온다. 모아두니 제법 많다. 만들기 재료로 쓸까 하고 뒀는데 남자아이라 그런건지 대부분의 물건을 공격용으로 쓰려한다. 하아.
근데 이건 나도 재밌었다. 놀이를 핑계삼아 요 얄미운 녀석 혼내주기도 좋고~ 맞아도 아프지 않으니 걱정도 없고~

받아라 얍!

 

 

우리집이 1층이라는게 참 감사할 따름이다. 아니었다면 시도도 못했을 놀이다. 신체활동이 아주 부족한 요즘이라 더 즐겁게 놀았던 것 같다.

 

3. 숨바꼭질
꼭꼭 숨어라~ 말이 떨어지면 바로 웃음이 나는 모양이다. 이 좁은 집에 딱히 숨을 곳도 없는데 어차피 꼭꼭 숨을 생각이 없는 아이에게는 모든 장소가 다 숨을 곳이다. 너무 찾지 않아도 안된다. 보통 3분 안에 제발로 나와버린다. 나 여기 있다며~
커다란 이케아 수납통 하나를 비워서 내주었다. 제대로 숨어보라고~ 아빠도 놀래켜줄겸.
아늑한지 장난감도 들고 들어가려 한다. 물론 놀기엔 아주 힘든 크기다.

조금 더 있다 나와도 되는데~

 

 

이런 놀이들도 있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돈들인 놀이가 아이의 초집중, 초흥분을 이끌어낸다. 현실은 역시나 냉정하군. 그래도 훗날 엄마랑 몸으로 부대끼며 신나게 놀았던 시간들을 더 진하게 기억해주길!

빠샤메카드, 오늘 니가 큰일 했다! 짝짝짝

주말엔 신랑이 아이를 맡고 풀육아근무에 대한 보상으로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즐겨보자!

아드님,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