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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

육아로 인해 퇴사할 때 실업급여 받는 방법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해서 엄마도 불안해진다면?

회사 일은 점점 늘어나고 아이는 점점 더 엄마만 찾아 울고불고 한다면?

주변에 믿고 아이 맡길 곳이 한 군데도 없는데 신랑마저 퇴근이 늦다면?

워킹맘이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참고 견디다 결국 퇴사하는 마당에 경력 단절도 서러운데 빈손으로 나가면 너무 서운하다.

나는 이직 후 1년도 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하게 되어 퇴직금도 없었다.

 

그러다 친구에게서 "육아로 인한 퇴사"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자발적으로 퇴사를 하는데 실업급여를 받는다고? 처음엔 의아했는데 진짜로 수급자격이 있다!

 

수급자격이 제한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이직 사유(시행규칙 제 101조제2항 별표2)에 내가 있었다.

 

https://www.ei.go.kr 고용보험 홈페이지

 

그럼 어떻게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거의 한달 간 속앓이를 실컷 하면서 겪은 과정을 정리해 본다.

 

>평소에 육아로 인한 고충을 회사에 자주 말을 한다

보통은 눈치 보느라고 힘들어도 안 힘든 척 워킹맘 생활을 해내려고 한다.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서, 일 안한다 소리 들을까봐 애써 감춘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슈퍼우먼이 아니라서 이렇게 견디면 더 처참하게 주저앉게 된다. 그러니 평소에 육아로 인한 고충을 적당히 흘려두는 게 좋다. 때에 따라서 배려를 받을 수도 있고, 특히 육아로 인한 퇴사 시에 회사에 확인서를 요구하기가 덜 민망하다. 회사에 근무시간을 단축해 줄 수 있는지, 업무량이 조금 적은 부서로 배치해줄 수 있는지, 무급 휴가를 얼마간 줄 수 있는지 등을 요구하거나 물어본 적이 있어야 회사도 나도 확인서를 작성할 수 있다. 나는 신랑이 이직을 하면서 육아를 전적으로 혼자 맡게 되었을 때 본부장님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은데 내 상황은 이렇다 하면서 단축근무나 휴직에 대해서 슬쩍 흘렸고, 물론 반영은 되지 않았다. 

 

>사직서를 낼 때 '육아로 인한 퇴사 확인서'를 요구한다 

여기서부터는 협상이다. 앞서 내 상황에 대한 판을 좀 깔아놨다면 훨씬 수월하다. 그리고 인간적이며 너그러운 상사를 뒀다면 더 순탄하다.

상사가 인사팀이나 재무팀에 확인서 작성을 요청해 주거나 동의해 줄 것이므로 상사의 승낙이 꼭 필요하다. 평소 사이가 안 좋았다면 일부러 모른척 하거나 안된다고 억지를 부릴 수 있다. 아.. 상상만 해도 곤란하다. 

육아로 인한 퇴사 확인서 양식은 내 거주지 관할 고용복지센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서식자료실에 있다. 지역마다 서식이 다르므로 꼭 해당 센터에 들어가서 다운받는 것이 좋다. 내 경우는 '용인 고용복지센터' 서식이다. 사업주용은 회사가 근로자용은 내가 쓴다.

 

 

 

http://www.work.go.kr/ 서식자료실

 

>'육아로 인한 퇴사 확인서'를 잘 작성한다

2번, 5번, 7번, 8번에 대한 답이 중요하다. 아마 질문의 차이는 좀 있어도 이와 관련한 질문은 어느 서식에나 있을 것이다. 

 

2. 육아로 인한 곤란함 호소 -> 있다에 체크, 이것 때문에라도 평소에 좀 이야기를 해두면 좋다. 시기나 내용은 어떻게 쓰면 좋을지 직접 알려주는 것이 좋다. 나는 인사팀이 아무렇게나 대충 쓸까봐 포스트잇에 답변을 쭉 써서 줬다. 엄청 철두철미했음 ㅋ

 

5. 근로시간 단축 요청 -> 있다에 체크

 

7. 휴가나 휴직 요청 -> 있다에 체크, 요청 기간 이후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갈 수 있으므로 염두에 두고 기간을 정해서 써달라고 한다. 

 

8. 휴가나 휴직 부여 가능 -> 불가능에 체크, 간혹 휴가나 휴직을 주겠다는 인사팀이 있다. 내 친구의 경우가 그랬다. 그렇다면 사실상 실업급여는 물건너 갔다고 본다. 이거참 고마우면서도 야속한 일이다. 

 

 

나의 경우 직무 전환 배치에 관한 문항은 직무 특성상 불가능했다. 회사도 나도 알고 있으므로 해당 없음으로 체크하고 넘어갔다. 회사의 사정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이 부분도 확인을 해봐야 한다. 나처럼 요청한 적 없고 전환배치가 안된다고 해도 실업급여 수급에는 지장이 없다. 사실 회사가 주는 돈도 아니고, 회사에 불이익이 생기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회사는 이런 사유로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한지 모르거나, 처리해 본적이 없어서 확인하고 결재받고 이러는데 시간을 쓰는 것 같다. 나도 확인서를 받는데 3주 가까이 걸렸다. 퇴사 전에 받아야 하니까 미리 꼭 요청해 두자. 

 

 

이것이 바로 최종확인서, 이게뭐라고그리오래걸렸나! 직인 꼭 필요!

 

사업주용 확인서를 잘 작성하도록 하는게 어렵지 내가 쓰는 근로자용 확인서 쓰기는 아주 쉽다. 구구절절 도저히 실업급여를 주지 않고서는 못배길 정도로 써준다. 

 

>이직확인서를 요청한다

퇴사하는 날 인사팀 담당자에게 고용보험 상실 신고하실 때 이직확인서 처리도 꼭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퇴사자는 이직확인서 처리가 필요하지 않아 따로 말하지 않으면 안해준다. 그리고 이직확인서 처리할 때 이직 사유는 "육아로 인한 퇴사"라고 써줘야 한다. 아마 이직사유 코드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이직확인서 처리까지 다 되어야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하다. 만약에 이직확인서 처리를 안해주는 경우 신고하면 회사가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고용보험법 제118조제1항에 의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한다. 

 

 

>실업급여 온라인 교육을 받는다

고용보험 홈페이지(www.ei.go.kr)에 로그인하면 수급자격신청자온라인교육이라는게 있다. 부정수급을 막기 위한 협박과 회유가 담긴 영상이다. 스킵이 불가능하니 잘 보고 간간이 나오는 문제도 다 풀어준다. 그래도 오프라인교육 보다는 편리하니 집에서 다 보고 센터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워크넷(www.work.go.kr) 홈페이지에 가입, 로그인해서 구직신청도 한다. 고용센터에 가면 구직신청했느냐고 물어본다. 미리 해두고 가면 편하다. 

 

 

>필요 서류를 들고 관할 고용복지센터에 간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거의 다 됐다. 소심한 나는 신청 완료될 때까지도 두근두근했지만~

실업급여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주민등록등본

육아로 인한 퇴사 확인서(사업주용)

육아로 인한 퇴사 확인서(근로자용)

배우자의 재직증명서 또는 사업자 등록증

재원증명서 또는 육아확인서

 

배우자는 회사에 다니거나 사업을 하고 있으니 육아 전담이 어려움을 증빙하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거나 돌봐줄 사람이 있어서 나는 이제 취업이 가능하다는 걸 증빙한다는 의미다.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으므로 재원증명서를 떼서 가지고 갔다. 

 

서류를 다 확인한 후 담당자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왜 육아로 인한 퇴사를 했죠?"라고 물었다. 

"회사가 멀고 일이 많아서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할 수가 없었어요." 라고 대답.

"그럼 취업이 불가능한 거 아닌가요?" 또 묻는다. 

"집에서 가깝고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곳에 취직하려고 해요." 라고 대답했다. 

 

다행히 담당자가 납득했고 이부분을 진술서로 써달라고 했다. 혹여나 심사에 문제가 될까봐 A4 1장에 달하는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서러운 워킹맘 스토리였다. 

 

담당자가 누구냐에 따라 부드럽게 넘어갈 수도, 치밀하게 파고들 수도, 단호박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신청하러 가기 전에 고용센터 담당자한테 전화를 해서 분위기를 좀 파악하고 가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신청 완료, 2주 후에 수급자 집체 교육

2주 후에 있을 집체 교육 안내를 받았다면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얻은 셈이다. 2주 후에 교육을 받으면 이런 수첩을 하나 준다. 실업급여는 불로소득이 아니다. 그간의 감정노동에 대한 대가요, 내가 차곡차곡 냈던 고용보험료다. 그러니 맘껏 누리면서 희망을 가져보자!

 

액수는작지만든든한마지막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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