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산 집을 팔고 나서 속병이 나버린
어느 매도자의 뼈 아픈 각성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올 1월에 매도 계약을 하고, 4월에 잔금을 치렀어요.
잔금을 치른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아파트가 매달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애써 태연한 척 모르는 척 해봐도 잊히지 않습니다.
혼자서 시름시름 앓다가
이제는 털고 일어나려고 정리 좀 해봤어요.
조급하게 집을 보러 다니다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집이 필요했어요.
세살이를 청산하고, 오랫동안 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그때도 갑자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할 때였어요.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에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집을 빼줘야 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이 가능한 집도 많지 않았어요.
스스로 열악한 환경에 몰아넣고 집을 본 셈이죠.
마음에 들지 않는 집을 사다
계약이 가능한 집 중에
출퇴근이 편하고, 아이 키우기 좋으며
예산에 맞는 집을 찾기란 정말정말 어려웠어요.
일단 맘에 들면 비싸요. 그건 불변의 원칙인가 봅니다.
선택지를 좁히다가 그중 가장 싼 집을 샀어요.
그래야 겨우 우리 예산에 들어왔거든요. ㅠㅠ
20년이 넘은 1층 동향집이었어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도 긴가민가했지만
우리에게 이 길 밖에 없다는 절절한 심정으로 찍었네요.
그렇게 썩 내키지 않는 첫 집을 계약하게 됩니다.
아마 이 지점이 가장 큰 실수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실거주 2년 만에 집을 내놓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지
집에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어요.
부분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해지긴 했지만
오래된 섀시는 너무 추웠고,
채광이 들지 않아 어둡고, 춥고,
1층이라 하수구 냄새가 나고,
장마철에는 베란다에 비가 새기도 했어요.
또 동네에서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에 속해서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됐어요.
내집 장만의 꿈을 이루고도
그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 집을 탈출할 이유만 자꾸 생겨났습니다.
실거주 2년을 채우기가 무섭게 집을 내놓았습니다.
마침 신랑이 이직을 하는 바람에 이사계획이 생겼죠.
집 팔기에 안달복달하다
집을 내놓았는데,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어요.
답답한 마음에 부동산 마다 찾아다니며 연락처를 남겼죠.
이사할 집은 정해놓았는데,
우리집은 보러 오는 사람이 없으니 속이 터지더라고요.
현관 앞에 가위를 걸어놓으면 집이 나간다는
미신도 따라보기도 하고,
직접 카페나 부동산 플랫폼에 매도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집을 못 팔아서 난리였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미련하게 느껴지네요.
불리한 조건에 매도 계약을 하다
슬슬 집보러 오는 사람이 늘어나더니
계약을 하자는 사람도 나타났어요.
그런데 집 값을 깎으려는 겁니다.
그리고 잔금 날짜도 제가 원하는 날짜보다 훨씬 늦었어요.
집 값은 사실 이 단지에서 제가 가장 저렴하게
내놓은 데다가 리모델링까지 한 집이니
더 깎아줄 여력도 없었어요.
집 값은 깎지 않고, 날짜만 맞춰서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계약을 하자마자 집 보러 와도 되냐는 연락도
더 늘어나고, 부동산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완연한 매도자 우세 시장으로 바뀐거죠.
저는 막 물이 들어오는 그 시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을 팔아 버린 겁니다.
후회로 남는 행동이 한 둘이 아니에요.
그러니 더 속병이 나나 봐요.
제가 한 행동의 반대로만 한다면
성공적인 매도전략이 될 거예요.
하지만 집값이 이렇게 갑자기 치솟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를 두고 현재 프레임 때문에 과거가 왜곡되는 상황이라고 한대요.
제가 매도 속앓이를 멈추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책
「프레임」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구절을 적어봅니다.
현재 프레임, 과거와 미래가 왜곡되는 이유
과거에는 없고 현재에만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결과'다. 2016년을 사는 우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막 출산한 산모는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알지만 출산 직전까지만 해도 성별에 대한 확신이 없다. 현재의 시점에서야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완승을 거둔 것을 알고 있지만, 대국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세돌의 승리를 낙관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사건의 결말이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에만 존재하는 결과론적인 지식이 과거에도 존재했던 것처럼 착각하고 '내 그럴 줄 알았지' '난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심리 현상을 '사후 과잉 확신(hindsight bias)'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이런 현상을 선견지명 효과에 빗대어 '후견지명(hindsight) 효과'라고 부른다. 여기서 'hindsight'는 영어의 'behind'와 'sight'가 결합한 말로, 글자 그대로 결과를 알고 난 후에 '뒤에서 보면'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는 의미다.
- 192쪽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후에 내리는 모든 판단에 대한 확신을 지금보다 더욱 줄여야 한다. '내 그럴줄 알았지' 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내가 진짜 알았을까?'라고 솔직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어?'라고 아랫사람에게 문책하기 전에 '정말 나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라고 다시 자문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10년 전의 나는 행복했을까?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을까?
젊은 날의 나는 부지런했을까?
이런 질문에 정확하게 답을 할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경험한 과거의 모든 사건들과 순간순간 경험했던 감정을 저장해놓은 데이터가 있다면 이런 질문에 답하는 건 쉬운 일일 것이다. '다시 보기' 버튼만 누르면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과거를 정확하게 담아놓은 파일은 우리의 뇌에 없을 뿐더러 국가기록보관소 같은 곳에도 없다. 따라서 과거 회상은 다시 보기 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의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 197쪽
과거를 통해 얻은 경험치와 교훈은 받아들이되
너무 뼈 아픈 후회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큰 치유를 안겨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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