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TV가 없다. 신혼 살림살이 마련할 때도 TV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은 웨이브나 티빙으로 TV프로그램을 보고, 유튜브도 있고 하니 아쉬움은 없다. 작은 화면으로 더 몰입해서 본다. TV가 없지만 충분히 많이 TV를 보고 있다.
이사하면서 인터넷 이전 설치를 하려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거는데~ 두둥!
픽사베이 StartupStockPhotos 님의 이미지입니다.
인터넷만 설치하려는 나와 IPtv까지 끼워 넣으려는 LG유플러스 상담원과의 밀땅이 시작된다.
"저희 집은 티비가 없어요."
"마침 IPtv를 볼 수 있는 태블릿 상품이 있어요. 레노보 태블릿으로 LG 유플러스티비를 볼 수 있습니다. 별도 비용 없이 tv 인터넷 요금제만 가입하면 태블릿PC를 드립니다."
"그래도 얼마 보지도 않을 텐데.. 티비 요금을 낼 수는 없죠."
"유플러스 요금제 할인 전용 카드를 만드시면 이전 인터넷 요금제랑 비슷한 금액으로 태블릿PC도 생기고 티비도 보는 거예요."
꽤 여러 차례 핑퐁이 오갔는데, 요금 차이도 없고, 태블릿PC도 공짜라니 나쁠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아무리 못해도 한달에 30만원 이상은 쓰니까 그걸 새로 만든 카드로 몰아주면 되고~
"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전화를 끊고 보니 자그마치 45분에 가까운 실랑이? 였다. 계획에 없던 티비요금제지만 상담사의 적극적인 어필과 합리적인 생각이 맞닿은 구매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사은품으로 상품권 5만원까지 보내준다 했다. 집에 돌아온 신랑에게 "잘했지? 잘했지?"를 거듭 물어보면서 대답을 얻어내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유플러스티비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홍보이미지입니다.
전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인터넷 설치기사가 집으로 왔다. 코로나 때문에 요즘 예약 고객이 없어서 바로 방문이 가능했다고 한다.
견물생심. 처음으로 만난 태블릿PC에 흡족해하며 기계치의 떨리는 손으로 여기저기 눌러보고 켜보고 했다. 핸드폰 보다는 어려웠으나 티비랑 유튜브가 잘 나오는걸 확인했으니 됐다.
그런데.! 안심하기는 일렀던 것일까?
그 다음주부터 tv 신호가 끊기는 일이 잦아졌다. 화질을 낮춰서도 봤다가 자리를 옮겨서도 보고 했지만 여전히 신호를 잡지 못했다. 며칠간 방치를 했다가 다시 틀기도 하고.
티비의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으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한번은 상담사가 신호를 다시 잡아줘서 괜찮아졌다. 다음에 또 그랬을 때는 오류가 난다며 설치기사님을 다시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처음 인터넷과 태블릿PC를 설정해주셨던 그 기사님이 오셨다.
"이거 저희가 못 고칩니다. 뜯어서 보고 해야하는데, LG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AS를 할 수가 없어요."
"네? 그럼 어떻게 하죠?"
"레노보 AS 센터로 가야합니다. 가까운 곳에는 없고 근처 다른 도시로 직접 가셔야 해요."
이제 호갱의 마음에 불씨가 붙기 시작한다.
"말도 안돼죠. 처음부터 이랬으니 제품의 불량 아닌가요? 교환을 해주세요."
"설치기사한테는 교환의 권한이 없습니다. 아마 고객센터에서도 교환은 안될 거예요. 처음에 상품 구매하실 때 문제가 생기면 레노보에서 AS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은 안내 못받으셨나요?"
"네? 처음 듣는 얘긴데요. 상품 자체의 결함이잖아요. 게다가 유플러스 티비만 안되는 거예요. AS를 받으러 레노보까지 멀리 가야한다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돼요. 저는 레노보에서 산게 아니라 LG유플러스에서 산 제품이잖아요. 차라리 해지를 해주세요."
"해지를 하려면 아마 위약금과 기기값을 내셔야 할 거예요. 맨처음 판매를 담당했던 상담사와 통화를 해보세요."
너무 억울해서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고, 목소리가 진정이 안됐다. 맨처음 상담사는 상품을 팔 때는 참 상냥하고, 유연한 사람이었는데~ 불만을 이야기하자 고정멘트만 말하는 자동응답기가 되어 있었다.
태블릿PC가 공짜인거 같아도 3년 약정 티비 요금제에 그 비용이 다 녹아져 있다. 그러니까 내가 돈을 내고 산게 맞다. LG유플러스에서 팔았지만 LG유플러스는 책임이 없다니. 교환도 반품도 안되는 상품이라니.
나는 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그 어떤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호갱이 또 생겨나지 않도록. 그리고 소비자 고발센터에 고발도 할 생각이었다. 내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들일 수 있을 만큼 분노가 커져갔다.
결국은 위약금 없이 tv요금을 해지하고, 기기는 반납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나마 깔끔한 마무리가 가능했던 것은 상담사가 처음에 영업을 할 때 기기의 문제는 전적으로 레노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안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런 멘트를 했다면 아마도 책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처음 입장을 고수했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 가만히 있으면 호구가 된다는 말.
너무 구태의연해서 굳이 입에도 올리지 않는 말들이 내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온다. 합리적인 소비자라고 자화자찬하던 내 입을 매우 치고 싶다. 태블릿PC가 생긴다는 말에 혹해서 애초 계획에도 없던 티비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는 전혀 생각치도 못한 비용을 지불했다. 바들바들 떨며 호통치던 나의 목소리가 자꾸 남아서 몹시 괴롭다. 그런 사람은 정말 몰상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억울하니까 저절로 목소리가 커졌다.
옆에서 설치기사님이 그랬다. 목소리 크게 끈질기게 말하는 고객들 요구만 들어준다고. 억울한 상황이 맞으니까 끝까지 얘기해서 해지를 하든 교환을 받든 하시라고. 몹시 민망했지만 기사님의 말 덕분에 이불킥은 면했다.
하아. 다시는 마케팅에 속지 말자.
아무리 겉에 엘지유플러스라고 써 있어도, 엘지가 만든 상품이 아니면 엘지의 책임이 아니라는 엘지유플러스만의 메뉴얼을 꼭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류의 미끼 상품들은 결함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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